대기 부유 물질: 부력과 에어로졸 형성 메커니즘

 

하늘에 떠 있는 것들의 비밀 2탄: 부력과 에어로졸 형성의 원리

지난 글에서는 확산, 대류, 난류가 대기 중 물질을 어떻게 이동시키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물질들이 하늘로 떠오르거나, 서로 뭉쳐 새로운 입자가 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그 비밀은 바로 **부력(Buoyancy)**과 **에어로졸 형성 메커니즘(Aerosol Formation Mechanisms)**에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원리는 수증기,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대기 중에서 어떻게 떠다니고, 변신하며, 최종적으로 제거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부력과 에어로졸 형성이 각 물질의 운명에 어떻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부력 (Buoyancy): 하늘로 띄우는 힘

부력은 유체(공기) 속에서 주변보다 밀도가 낮은 물체가 위로 뜨는 힘을 말합니다(아르키메де스의 원리). 대기 중에서는 이 부력이 물질의 수직 이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수증기에 미치는 영향: 수증기(H₂O)는 분자량이 약 18 g/mol로, 건조한 공기의 평균 분자량(약 29 g/mol)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이 때문에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습한 공기'는 같은 조건의 건조한 공기보다 밀도가 낮아져 강한 부력을 받아 쉽게 상승합니다. 이는 적도 지역의 강한 대류 현상에서 습한 공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거대한 구름을 만드는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수증기는 다량 존재할 경우 공기 덩어리 자체를 가볍게 만들어 상승 기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 VOC(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미치는 영향: 벤젠이나 프로판 등 많은 VOC 분자는 공기보다 무겁습니다. 이론적으로, 밀폐된 지하실에서 휘발유 증기가 새는 경우처럼 VOC가 고농도로 모이면 주변 공기보다 무거워져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대기 환경에서는 VOC의 농도가 극미량(ppb 수준)에 불과하고 바람과 난류로 인해 금세 섞이기 때문에, VOC가 공기 덩어리의 부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무시할 수 있습니다.

  •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 미세먼지 입자 자체는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개별 입자가 부력을 받아 떠오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기 덩어리 전체의 밀도 변화 역시 미미합니다. 예를 들어, 황사가 심한 날이라도 공기 1m³(약 1.2kg)에 포함된 미세먼지는 몇백 µg 수준에 불과하여 전체 공기 덩어리의 부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미세먼지는 스스로의 부력이 아닌, 주변 공기 덩어리의 움직임(대류, 난류)에 실려 부유하게 됩니다.

2. 에어로졸 형성 메커니즘: 기체에서 입자로의 변신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액체 또는 고체 입자를 통칭하며, 구름 물방울이나 미세먼지 모두 에어로졸에 속합니다. 에어로졸은 주로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되거나 변화합니다.

  • 응결(Condensation) 및 핵생성(Nucleation): 기체가 입자로!

    • 수증기의 변신: 수증기는 대기 중에서 온도가 떨어져 과포화 상태가 되면, 기존에 존재하던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를 응결핵(CCN) 삼아 그 표면에 달라붙어 액체 물방울(구름, 안개)로 변신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작은 물방울 에어로졸은 중력보다 공기 저항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하늘에 떠 구름을 이룹니다. 이 과정은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순환하고 비가 되어 내리는 핵심적인 사이클입니다.

    • VOC의 변신: VOC 자체는 기체라서 직접 뭉치지 않지만, 대기 중에서 광화학 반응 등을 통해 산화되면 증기압이 낮은 물질로 변합니다. 이 새로운 물질들이 스스로 뭉쳐 새로운 입자를 만들거나(핵생성), 기존 미세먼지 표면에 달라붙어 코팅되면서 **2차 유기 에어로졸(Secondary Organic Aerosol, SOA)**을 형성합니다. 이는 VOC가 직접 보이지 않더라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숨은 주범으로, 도시 스모그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 응집(Coagulation): 입자들이 뭉쳐 더 커지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에어로졸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여 합쳐지면서 더 큰 입자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입자들의 충돌은 브라운 운동이나 난류 등에 의해 일어납니다.

    • 응집의 효과: 작은 입자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면 입자의 수는 줄지만 질량은 보존되므로, 전체적으로 입자의 크기가 커집니다. 커진 입자는 침강 속도가 빨라져 대기 중에서 더 빨리 제거될 수 있습니다.

    • 응집이 어려운 입자들: 하지만 직경 0.1~1 µm 범위의 입자들은 응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이 범위에서 입자 수가 많은 경향을 보이며, 대기 중에 특히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3. 대기 중 부유 물질의 거동에 미치는 영향 종합

부력과 에어로졸 형성 메커니즘은 각 물질의 대기 중 운명을 결정하는 데 다음과 같이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 수증기: 가벼운 특성으로 부력을 얻어 대류를 통해 상층으로 효율적으로 운반됩니다. 상층에서 온도가 낮아지면 미세먼지를 응결핵 삼아 응결하여 구름 에어로졸을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비가 되어 지표로 복귀하는 순환 과정을 거칩니다.

  • VOC: 대기 중 농도가 낮아 직접적인 부력 효과는 미미합니다. 그러나 화학 반응을 통해 2차 유기 에어로졸(SOA)을 형성함으로써, 기체에서 입자로 변신하여 대기 중 부유 물질의 양과 특성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 미세먼지: 개별 입자의 부력은 거의 없으며, 주로 난류에 의해 공중에 떠 있습니다. 하지만 수증기의 응결핵 역할을 하여 구름 형성을 돕고, 비와 함께 제거되는 습식 침적의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또한, 입자들끼리 응집하여 크기와 침강 속도가 변하는 등 끊임없이 다른 물질 및 과정과 상호작용합니다.

결론

수증기는 부력에 힘입어 상승하고 응결을 통해 순환하며, VOC는 화학 반응을 통해 새로운 에어로졸로 변신하고, 미세먼지는 응결핵이 되거나 서로 뭉치며 거동이 변화합니다. 이처럼 부력과 에어로졸 형성 과정은 대기 중 물질의 운명과 분포, 그리고 대기 환경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물리·화학적 원리입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