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부유 물질의 중력 침강과 제거 과정

 

하늘에 떠 있는 것들의 비밀 3탄: 중력과 비, 대기 청소의 주역들

지난 글에서는 확산, 대류, 난류와 같은 대기의 움직임과 부력, 에어로졸 형성이 어떻게 다양한 물질들을 하늘에 떠 있게 하고 이동시키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하늘에 떠 있는 수증기, 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은 영원히 그곳에 머무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들의 여정에도 끝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기 중 부유 물질의 마지막 여정, 즉 중력 침강과 다양한 제거 과정을 통해 어떻게 우리 주변의 공기가 스스로 깨끗해지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중력 침강: 모든 것은 결국 아래로 향한다

모든 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기체와 입자상 물질은 중력에 반응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 기체와 입자의 운명: 왜 기체는 떠 있고 입자는 가라앉을까? 공기 중의 질소, 산소, 수증기와 같은 기체 분자들이 바닥으로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분자 하나가 받는 중력의 힘이 분자 간의 끊임없는 충돌 에너지나 열적 운동 에너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작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배나 작은 중력의 힘은 분자들의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 즉시 상쇄되어 버립니다. 이 때문에 기체는 바닥에 쌓이지 않고 대기 중에 섞인 상태로 존재합니다.

    반면, 미세먼지(PM10, PM2.5)와 같은 입자상 물질은 기체 분자보다 훨씬 무겁고 크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습니다. 이 입자들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려는 힘(F_g)과 공기의 마찰력(항력, F_d)이 균형을 이룰 때 일정한 **종단 속도(terminal velocity)**로 떨어지게 됩니다.

  • 크기가 운명을 결정한다: 스톡스 법칙(Stokes' Law) 입자의 침강 속도는 입자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이는 입자의 크기가 침강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의미합니다. 즉, 입자가 클수록 침강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 큰 입자 (조대 입자): 직경 약 100 µm 크기의 모래 입자는 초당 수십 센티미터 이상으로 떨어져 금방 지면에 가라앉습니다. 직경 10 µm짜리 입자도 수 시간 내에 지표로 침강합니다. 이러한 입자들은 관성과 중력 때문에 대기 흐름의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난류가 약해지면 곧 가라앉습니다.

    •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PM2.5 이하의 미세먼지는 훨씬 작아서 침강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특히 0.1~1.0 µm 수준의 초미세 입자들은 공기 중에서 20일 이상 부유할 수 있으며, 심지어 1개월 가까이 잔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이 크기의 입자들은 침강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가, 다른 입자와의 응집도 잘 일어나지 않아 대기 체류 시간이 특히 길어집니다. 이 때문에 이 작은 입자들은 바람을 타고 수천 km 이상 장거리 이동을 하며, 배출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2. 중력 외의 다양한 제거 과정

중력 침강은 에어로졸 제거의 한 방법이지만, 자연 대기에서는 그 외에도 다양한 제거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 공기를 정화합니다.

가. 대기의 샤워, 습식 침적 (Wet Deposition)

강수에 의한 세정 효과는 대기 중 물질 제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입니다. 비나 눈이 내릴 때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수용성 가스상 물질들이 빗방울이나 눈에 포획되어 함께 지면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습식 침적이라고 합니다.

  • 수증기: 대기 중에서 응결하여 구름을 형성하고, 이 물방울들이 뭉쳐 빗방울이 되어 지표로 복귀하는 순환 과정을 거칩니다.

  • 미세먼지: 수증기의 응결핵(CCN) 역할을 하여 구름 형성을 돕고,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갑니다. 비가 온 뒤 하늘이 맑아지는 것은 바로 이 습식 침적 효과 때문입니다.

  • VOC: 알코올이나 유기산 등 일부 수용성 VOC는 빗물에 녹아 제거되기도 합니다.

나. 표면에 달라붙다, 건식 침적 (Dry Deposition)

건식 침적은 강수 현상 없이 중력 침강, 지면이나 식물과의 충돌 및 흡착 등을 통해 물질이 제거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 입자상 물질: 지름이 큰 입자일수록 건식 침적의 기여도가 크며, 작은 입자들은 건물 표면이나 나뭇잎 등에 확산되거나 충돌하여 달라붙음으로써 제거될 수 있습니다.

  • 기체상 물질 (VOC): VOC와 같은 기체 물질은 건식 침적보다는 주로 다음에 설명할 화학 반응을 통해 소모됩니다.

다. 화학 반응으로 사라지다 (Chemical Consumption)

특히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의 경우, 대기 중 화학 반응에 의해 소모되는 것이 주요 제거 경로입니다.

  • 반응성이 큰 VOC(예: 올레핀류, 방향족 화합물 등)는 대기 중에서 햇빛과 반응하는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 유기과산화물 등을 만들고, 자기 자신은 알데하이드, 유기산 등으로 산화되어 사라집니다.

  • 이 과정에서 산화된 생성물이 휘발성이 낮아지면, 서로 응축하거나 기존 미세먼지 표면에 들러붙어 **2차 유기 에어로졸(SOA)**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즉, VOC는 기체 상태에서 사라지면서 새로운 미세먼지를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VOC의 대기 수명은 종류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반응성이 낮은 메탄은 10년 이상 대기에 머물지만, 반응성이 높은 테르펜류는 수 시간 내에 분해되기도 합니다.

3. 최종 여정의 종합: 대기 운동과 제거 과정의 상호작용

대기 중 부유 물질의 거동은 중력 침강 및 제거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물질이 얼마나 오래 대기 중에 부유할 수 있는지는 결국 이러한 제거 메커니즘의 효율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 대기 운동의 영향: 확산, 대류, 난류와 같은 대기의 역학적 운동은 물질의 공간적 분포와 부유 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난류는 미세 입자를 계속 공중에 떠 있게 만들어 중력 침강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시키며, 대류는 물질을 높은 고도로 운반하여 장거리 이동을 돕습니다.

  • 기체-입자 상호 전환: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으로 변하고, VOC가 화학 반응을 통해 2차 에어로졸로 전환되는 과정은 기체 상태의 물질이 입자상 물질로 변환되어 중력 침강 또는 습식 침적에 의해 제거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결론: 복합적인 힘의 균형 속 대기 정화

요약하면, 기체는 열적 운동이 중력을 압도하여 바닥에 가라앉지 않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상 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결국 침강합니다. 그러나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침강 속도가 매우 느려지며, 난류와 같은 대기 운동이 입자를 오랫동안 부유하게 만듭니다. 최종적으로 대기 중 물질은 강수에 의한 습식 침적, 표면에 달라붙는 건식 침적, 그리고 VOC의 경우 화학 반응에 의한 분해 등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제거됩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메커니즘들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기 환경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과학적 지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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